(사)한국테라와다불교 [빤냐완따] 이사장 스님의 목요법문
[계율(戒律)은 열반의 주춧돌]
6. 포살의 기원과 그 중요성
불교의 일상적인 의례 가운데 하나가 ‘포살의식’입니다. 빨리어로 ‘우포사타-깜마’(upasatha-kamma)라고 합니다. ‘우포사타-깜마’는 부처님께서 제정해 놓으신 출가자와 재가자가 필수적으로 행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불교의례입니다. 2종류의 ‘포살의식’이 있습니다. 즉, 출가수행자들이 행하는 ‘출가자포살’ 과 재가불자들을 위한 ‘재가자포살’입니다. 테라와다불교권에서는 부처님 재세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빨리어 율장과 빨리어 경전에 의거한 이 두 종류의 포살의식이 여법하게 행해지고 있는 반면 한국불교전통에서는 ‘출가자포살’은 그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지만 ‘재가자포살’은 거의 행해지고 있지 않는 실정입니다.
‘출가자포살’ 특히 ‘비구포살’은 최소 4명 이상의 비구가 율장에 적시된 절차에 따라 한 달에 두 번 보름 간격으로 시마홀(戒壇)에 모여 지은 허물을 참회하고 ‘비구 227계’ 항목을 송출하는 의식입니다. ‘재가자포살’은 재가자들이 출가자들처럼 청정한 계행을 유지하면서 수행만을 전문적으로 해나갈 수 없기 때문에 포살일 만이라도 삼귀의와 함께 기본 5계가 포함된 8계를 하루 낮 혹은 하루 밤낮 동안 지키면서 출가자정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행해지는 수계의식을 말합니다.
스리랑카·미얀마·태국 등 테라와다불교 국가에서는 이날 재가자들은 불교전통복장인 흰색 옷을 입고 아침 일찍 가까운 사원을 찾아가 불당, 불탑, 보리수에 예배공양 올린 뒤 스님으로부터 8계(5계만 받을 수도 있음)를 받고 오후불식하며 하루종일 명상수행에 전념하기도 하고 혹은 법문을 듣고 예경을 하거나 봉사를 하며 지냅니다. 스리랑카의 경우는 음력 보름 포살일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어, 이날은 온 가족이 사원에 가서 계를 받고 명상수행을 하거나 법문을 듣거나 경전공부를 합니다. 특히 어린이들은 학교처럼 그룹 단위로 선생님이 배정되어 있어 선생님으로부터 자타까(부처님 전생담)를 비롯한 부처님의 생애나 기초 불교교리, 그리고 불교예절 등을 배우며 유익하고 즐겁게 하루를 보냅니다.
<숫따니빠따> ‘설산에 사는 자’편을 보면, 설산에 사는 두 야차가 포살일날 서로 문답을 나누면서 고따마 부처님을 찾아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칠악 야차가 설산 야차에게 제안하기를,
“오늘은 보름 포살날이다.
눈부신 밤이 가까워졌다.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스승
고따마 부처님을 만나 뵈러 가자!”
이어 설산 야차가 물었습니다.
“그의 마음은 모든 살아있는 것에 대해서
편히 안정이 되어 있을까? 그리고
좋아하는 것이나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그의 생각은 스스로 자제할 수 있을까?”
다시 칠악 야차가 대답했습니다.
“그 분의 마음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해서
안정되어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이나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그분의 생각은 스스로를 잘 자제할 수 있다.”
··········
설산 야차가 고따마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번뇌의 거센 흐름을 건널 수 있겠습니까?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고통의 큰 바다를 건널 수 있겠습니까?
의지할 것도, 붙잡을 것도 없는 깊은 바다에서
어떤 사람이 가라앉지 않습니까?”
“항상 청정한 계율을 몸에 지니면서
지혜가 있고 마음을 한 곳에 모아
안으로 살피는 굳은 결심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만이 건너기 어려운 저 번뇌의
거센 흐름을 능히 건널 수 있느니라.
그런 사람만이 관능의 욕망을 떠나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감각적 쾌락에 매달리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만이 능히 고통의 깊은 바다에
가라앉지 않을 수 있느니라.”
‘재가자포살’을 ‘재계(齋戒)’ 혹은 ‘팔관재계(八關齋戒)’라고 합니다. ‘재계(齋戒)’란 오후불식 등 8계를 받아지님으로서 자발적으로 부정한 행위를 삼가하고 스스로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한다는 뜻입니다. 한자어 ‘재(齋)’는 공경하다·공손하다·엄숙하다·삼가하다·부정한 것을 피한다는 뜻입니다. ‘재(齋)’는 주로 한국불교전통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로서 49재, 천도재의 ‘재’자가 바로 이 ‘재(齋)’자입니다. 일반적으로 ‘제사를 모신다’고 할 때는 ‘제사 제(祭)’를 쓰지만 불가에서 ‘재를 모신다’ ‘재를 올린다’ 라고 할 때는 ‘재(齋)’자를 씁니다. 그래서 ‘재(齋)를 올린다’의 본래 뜻은 ‘계(戒)를 지킨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한국불교전통에서는 10분의 불보살 명호를 이름붙인 ‘10재일(十齋日)을 정해놓고 각각의 재일마다 법당에 모여 기도를 하거나 불공을 드리는데, ‘10재일’의 ‘재일(齋日)’이 원래는 ‘포살일’이란 뜻입니다. 즉 ‘재일(齋日)’일란 삼보의 공덕을 기리면서 부정한 것, 악한 것을 멀리 함으로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날을 의미합니다.
‘재계(齋戒)’를 빨리어로 ‘우포사타(uposatha)’라고 합니다. 한자로 음역하여 ‘포살타(布薩陀)’라 하고, 이를 줄여서 ‘포살(布薩)’이라고 하지요. ‘팔관재계(八關齋戒)’라는 말은 빨리어 ‘aṭṭhaṅgika(8가지) uposatha(포살)'의 한자어 번역입니다. 빨리어 사전에 ‘uposatha(우포사타)’는 <계를 설함> 혹은 <계를 설하는 날>이란 의미로서 ‘재일(齋日)’을 뜻합니다. 복합어 'uposatha+aṅga'는 <포살의 (8)요소>, 형용사 ‘uposathika' 'uposathin'은 <포살의 계를 설하는> <단식하는> <재일(齋日)의>라는 뜻입니다.
『앙굿따라 니까야』 <포살 품>(upasatha-vagga)에 보면, 세존께서 사왓티성의 제따와나 수도원에 머무실 때 비구들에게 8가지 구성 요소를 가진 포살(八關齋戒)을 준수하면 큰 결실이 있고, 큰 이익이 있고, 큰 빛이 있고, 크게 과보가 생긴다 하시면서, 8가지 구성 요소를 가진 포살(八關齋戒)이란 과연 무엇이며, 또 어떻게 준수하야 하는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하셨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을 해치지 말고
주지 않는 물건을 갖지 않으며
거짓된 말을 삼가하고
일체의 음주를 삼가하고
삿된 음행을 삼가하고
밤과 때 아닌 때에 먹지 말고
꽃다발을 목에 걸거나 향수를 뿌리지 말고
낮은 침상이나 땅이나 풀로 엮은 자리에서 자야 하리.
깨달은 자는 이것을 설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8가지 구성요소를 가진
괴로움을 종식시키는 포살이이니라.
달과 태양, 둘 다 아름답게 보이나니
이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이면서
그들이 미치는 곳마다 빛을 주기 때문이니라.
그들은 어둠을 흩어버리고 허공에 떠오르며
구름을 비추고 모든 방향을 밝게 비추리라.
이 우주에 보배가 있으니
진주, 수정, 녹주석, 행운을 가져오는 청금석
금괴, 번쩍이는 금, 순금, 하따까 금이 그것이니라.
그러나 이들은 8가지 구성요소를 가진 포살의
16분의 1의 가치에도 못 미치나니
마치 모든 별들이 달의 광휘로움의
16분의 1도 얻지 못하는 것과 같느니라.
그러므로 계를 지닌 여자와 남자는
8가지 구성요소를 가진 포살을 준수하여
비난받지 않으며, 행복을 가져올 덕을 쌓아서
마침내 선처(善處)에 태어나리라.”
8재계는 성자들이 일상으로 행하는 8가지 도덕규범이며, 사마네라(사미승)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미10계 가운데 8가지입니다. 또한 8재계는 사마네라가 반드시 지켜야 할 계율이면서 성자가 되면 저절로 지키게 되는 필수 덕목입니다. 팔관재계(재가자포살)를 행하면 그 공덕으로 목숨이 다한 뒤 4악처에 떨어지는 일 없이 욕계(欲界) 육천(六天)에 태어나서 8가지 재난을 겪지 않고 오역죄를 비롯한 모든 죄의 장애를 소멸할 수 있다 하였습니다. 팔관재계를 지키면 재가자들의 선근이 증장됩니다. 8계를 받고 하룻밤동안 집을 떠나 승단이나 아라한 가까이 머물면서 생활하다보면 점차 성자의 삶을 닮게 되고 생사해탈을 위해 더욱 분발하게 됩니다.
《포살의 기원》
여덟 부분으로 구성된 된 재계(齋戒), 즉 ‘재가자를 위한 팔관재계’와 관련하여 법정스님의 <숫따니빠따> 주석을 살펴보면, ‘팔관재계’란 “원래는 인도의 소치기(목동)들 사이에서 소를 사육하기 위한 준비기간을 말하는데, 이후에 이 관습이 불교에 들어와서는 몸을 근신하고 자신을 반성하는 참회행사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한편 『앙굿따라 니까야』 <팔관재계 경>(upasathaṅga-sutta)에 소치기(목동)과 관련된 포살에 대한 기록이 나옵니다. 한때 세존께서 사왓티성의 동쪽원림에 있는 미가다마따의 강당에 머물고 계셨는데 미가다마따 강당을 보시했던 위사카가 세존께 다가가 절을 올린 뒤 한 곁에 앉았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위사카여, 이 오후 시간에 어디서 오는 길인가?”
“세존이시여, 오늘은 포살일입니다.
저는 포살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위사카여, 포살에는 3가지가 있다. 무엇이 셋인가?
목동의 포살, 니간타의 포살, 성자의 포살이다.”
“위사카여, 그러면 어떤 것이 목동의 포살인가?
위사카여, 예를 들면 목동이 저녁때에 소들을
주인에게 돌려주고는 다음과 같이 숙고하는 것과 같다.
‘오늘 소들은 이러이러한 곳에서 방목되어서
이러이러한 곳에서 물을 마셨다. 내일 그들은
이러이러한 곳에서 방목될 것이고
이러이러한 곳에서 물을 마실 것이다.’라고
위사카여, 이와 같이 포살을 준수하는
어떤 사람은 다음과 같이 숙고한다.
‘나는 오늘 이런 단단한 음식을 먹었고
이런 부드러운 음식을 먹었다. 내일 나는
이러이러한 단단한 음식을 먹을 것이고
이러이러한 부드러운 음식을 먹을 것이다.’라고
그 사람은 탐욕에 빠진 채로 날을 보낼 것이다.
위사카여, 이런 것이 목동의 포살이다.
이런 포살은 결실이 없고 큰 이익이 없고
크게 과보가 생기지 않는다.”
“위사카여, 그러면 어떤 것이 니간타의 포살인가?
··········
“위사카여, 그러면 어떤 것이 성자의 포살인가?
위사카여, 오염된 마음을 바른 마음으로
청청하게 하는 것이다.
위사카여, 그러면 어떻게 오염된 마음을
바른 마음으로 청청히 하는가?
위사카여, 여기 성스러운 제자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계(戒)를 계속해서 생각한다. 나의 계는
훼손되지 않고, 삐뚤어지지 않고, 오점이 없고
얼룩지지 않고, 벗어났고, 지자들이 찬탄하고
비난받지 않고 삼매로 인도한다.’라고
그가 이와 같이 자신의 계를 계속해서 생각할 때
마음이 고요해지고 기쁨이 솟아나고
마음의 오염이 제거된다.
위사카여, 이것은 마치 뿌연 거울을
바른 방법으로 깨끗이 하는 것과 같다.
위사카여,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뿌연 거울을
바른 방법으로 깨끗이 하는가?
위사카여, 기름과 재와 말털로 만든 솔과
사람의 적절한 노력에 의해서 깨끗이 씻는다.
위사카여, 어떻게 오염된 마음을 바른 방법으로
청정히 하는가? 여기 성스러운 제자는 다음과 같은
자신의 계를 계속해서 생각한다. 나의 계는
훼손되지 않고, 삐뚤어지지 않고, 오점이 없고
얼룩지지 않고, 벗어났고, 지자들이 찬탄하고
비난받지 않고 삼매로 인도한다.’라고
그가 이와 같이 자신의 계를 계속해서 생각할 때
마음이 고요해지고 기쁨이 솟아나고
마음의 오염이 제거된다.
위사카여, 이러한 성스러운 제자는
계의 포살을 준수하는 자라 한다. 계와 함께 살고 계를 계속해서 생각할 때 마음이 고요해지고
기쁨이 솟아나고, 마음의 오염이 제거된다.
위사카여, 이와 같이 오염된 마음을
바른 방법으로 청정히 한다.
『율장』<대품(Mahāvagga)>‘포살의식’편에서 <비구포살>의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 때 세존께서 라자가하의 깃자쿠타산에서 머무실 때, 최초의 불교사원 <웰루와나(죽림정사)>를 지어서 부처님 교단에 시주했던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지금 외도의 사문들은 반 달 중 8일, 14일, 15일에 함께 모며 법을 설하였다. 사람들은 법을 듣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러는 중에 사람들은 외도의 행각사문들에게 호감을 느껴 그들을 따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외도의 행각 사문들은 신도를 얻었다. 세존의 제자들도 반 달 중 8일, 14일, 15일에 모이면 좋을텐데...”
그리고는 세존이 계신 곳으로 가서 자신의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불러 모아 이렇게 설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반 달 중 8일, 14일, 15일에 모두들 모여야 하느니라”
이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대로 정해진 날짜에 모두 모였고, 사람들은 법을 듣기 위해 찾아 왔으나 아무도 법을 설하는 비구가 없자 불평을 하였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세존께서는,
“비구들이여, 반 달 중 8일, 14일, 15일에 모였으면 마땅히 법을 설해야 하느니라.”
이렇게 하여 출가자와 재가자가 정규적인 날짜에 함께 모여 출가자는 법을 설하고, 재가자는 법문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정기법회>의 효시입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직 ‘포살’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셨습니다.
“여래는 이미 비구들을 위해 여러 가지 규율(계율)을 제정하였다. 이것으로 비구들이 <빠띠목카(pātimokkha)>(비구 227계 항목)을 암송하도록 규정해야겠다. 그러면 그것이 비구들의 <우포사타-깜마(upasatha-kamma> 즉 <포살 의식>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하여 부처님 재세시의 비구포살이 마침내 시작되었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반 달 중 8일, 14일, 15일은 인도력 기준으로서 한국 음력으로 치면 매월 8일, 14일(15일), 23일, 29일(30일) 6일이 되고, 연이은 날을 한 날로 묶으면 매월 1주 간격으로 4번의 포살법회를 갖게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비구포살은 한 달에 두 번, ‘초하루 보름’ 혹은 ‘보름 그믐’ 즉 보름마다 행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비구포살의 기원과 규정은 빨리어 율장(律藏)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앞쪽에서 살펴본 『앙굿따라 니까야』 <팔관재계 경>(upasathaṅga-sutta)의 소치기(목동)과 관련된 포살의 기록만 가지고는 사실 재가자포살의 기원을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숫따니빠따>‘제자 담미까의 물음’편에 최초의 것으로 보이는 재가자포살에 대한 일화가 나옵니다. <비구포살>의 시행은 불교교단이 한창 확산되어 나가기 시작하던 마가다국 빔비사라 왕대의 라자가하(왕사성) 웰루와나(죽림정사)시기였던 반면 <숫따니빠따> ‘제자 담미까의 물음’편의 재가자포살에 대한 기록은 동시대이긴 하지만 웰루와나(죽림정사) 시기보다 다소 늦은 코살라국의 사왓띠성 제따와나(기원정사) 시기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때 고따마 붓다께서 사왓띠성의 제따숲 아나타삔디까 장자의 동산(제따와나)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그때 담미까라는 수행자가 5백명의 수행자들과 함께 거룩하신 스승 고따마 붓다께 와서 예를 갖추어 절한 뒤 여쭈었습니다. “지혜를 구족하신 고따마 붓다시여, 가르침을 받으려는 사람은 출가하는 것과 집에서 믿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좋겠습니까?.....여기 출가수행자들과 재가수행자들은 눈 뜬 분의 말씀을 들으려고, 티 없는 분이 깨닫고 가르치는 진리를 듣기 위해서 이렇게 모였습니다.” 이에 고따마 붓다께서는 다음과 같이 설하셨습니다.
“수행자들이여, 내 말을 들어라. 그대들에게 번뇌를 없애는 이치에 대해서 말하겠노라. 그대들은 모두 이것을 잘 지켜라. 뜻을 보는 지혜로운 이는 (비록 재가의 삶을 살지라도) 출가한 사람에게서 그 행동을 배우고 따르라.
눈 뜬 사람(출가자)은 제대가 아닌 떼에는 나다니지 않느니라. 때가 아닌데 다니는 것은 집착에 얽매인 것이니라. 빛깔, 소리, 냄새, 맛, 감촉은 사람을 도취시킨다. 이 5가지 욕망을 삼가하고 정해진 시각에 탁발하러 마을에 들어가느니라....출가자는 심지어 발우를 씻고 침구나 가사를 세탁할 물마저도 집착하여 더럽히는 일이 없느니라. 마치 연꽃잎에 구르는 물방울처럼.
다음은 재가자가 해야 할 일(포살계, 팔관재계)에 대해서 말하리라. 이와 같은 사람은 좋은 가르침을 듣고 배워서 따르라. 순수한 출가 수행자에 대한 규율을 소유의 번거로움이 있는 사람이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니라. (재가자로서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이)
살아 있는 것을 직접 죽여서는 안 되느니라. 또 남을 시켜 죽여서도 안 되느니라. 그리고 죽이는 것을 보고 묵인해서도 안 되느니라. 난폭한 짓을 두려워하는 모든 생물에 대해서 폭력을 거두어야 하느니라.
그리고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은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지 또 어디에 잇든지 그것을 가져서는 안 되느니라. 남을 시켜서 가지거나 남이가지는 것을 묵인하지도 말라.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 가져서는 안 되느니라.
슬기로운 사람은 음행을 회피해야 하느니라. 타오르는 불구덩이를 피하듯, 만일 불음행을 닦을 수 없더라도 남의 가정까지 파괴해서는 안 되느니라.
둘이 있든 함께 여럿이 있든, 누구도 남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느니라. 남에게 거짓말을 시켜서도 안 되고 거짓말을 묵인하지도 말라. 일체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느니라.
도 음주를 해서는 안 되느니라. 이 가르침을 기뻐하는 재가수행자는 남에게 음주를 권해서도 안 되고 음주를 묵인해서도 안 되느니라. 음주는 마침내 사람을 취하게 하고 미치게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그리고 (여섯 번째)(일곱 번째)(여덟 번째)
오후에는 결코 음식물을 섭취해서는 안 되느니라 ...
화려하게 화장하거나 향수를 써서는 안 되느니라 ...
높고 큰 화려한 침상을 사용해서는 안 되느니라 ...
이것이 8요소로 이루어진 재계(齋戒)이니
이는 번뇌를 모두 없앤 여래가 가르친 바이니라.
그리고 각각 (2번)의 보름동안 8일, 14일, 15일(23일, 29일 30일)에 우포사타를 행하여라. 또 특별한 달(1월, 5월, 9월)에는 여덟 부분으로 된 팔관재계를 맑은 마음으로 행하여라.
포살을 행한 지혜로운 사람은 고요하게 가라앉은 마음으로 기뻐하며, 이튼 날 아침 일찍 수행자에게 음식을 베풀어 주어라.
법답게 얻은 재물을 가지고 부모를 섬겨라. 떳떳한 직업을 가져라(떳떳한 장사를 하라) 이와 같이 열심히 살고 있는 재가자는 죽은 후 ‘저절로 빛이 난다’는 신들 곁에 태어나리라.
<삼귀의>와 <5계>가 부처님의 제자로 살아가길 염원하는 일반 재가자들을 위해 제정된 것이었다면, <8계>는 5계보다 좀 더 금욕적인 계율 조항을 첨가함으로서 일평생 혹은 일정 기간만이라도 재가자들로 하여금 출가자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정된 것입니다. 대부분 정해진 날짜(팔관재일)에 절에서 8계를 받고 하루나 이틀 동안만 독신과 같은 절제된 생활을 하지만, 일평생 8계를 지키며 출가자와 같은 독신의 삶을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재가불자를 일컬어 ‘집 없는 자’라는 의미로서 ‘아나가리까(Anagarika)’라고 하지요.
부처님께서 ‘재가자포살’을 제정하신 목적은 크게 2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출가자와 재가자와의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신심을 북돋우고 담마에 대한 가르침을 가능한 많이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요, 둘째는 온갖 번민과 오욕락에 이끌리기 쉬운 재가자의 삶에 안주하지 말고, 재가의 삶속에서 독신과 같은 금욕적인 계의 실천을 통해 악행을 저지르지 않고 감각적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하루 빨리 열반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현대를 황금만능 시대라고 합니다. 인류는 어느 샌가 정신의 가치 위에 물질만능의 깃발을 꽂았습니다. 오감을 자극하는 감각적 대상이 사방에 넘쳐납니다. 그로인해 출가자든 재가자든 지계를 실천할 수 있는 조건이 예전보다는 훨씬 안 좋아 졌습니다. 불자수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낮은 탓도 있지만, 현대인류가 탈종교화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존재의 근원적 행위규범인 도덕 윤리에 변형이 오고 균열이 생긴 지 오래입니다. 불교의 <계율정신>이 개개인의 행복과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보편적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신이 점차 현대 문명의 깃발 아래 동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포살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첨단문명을 향유하면서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불자들에게 빨리어 율장과 빨리어 경전에 근거한 <재가자포살>과 <출가자포살>의 적극적인 실천이야말로 인간의 부정적인 본성인 감각적 욕망과 분노와 어리석음(삿된 견해)을 제거할 수 있고, 어떠한 경우라도 불행한 곳, 처참한 곳, 파멸하는 곳으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마침내 고통의 완전한 종식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5계, 8계의 적극적인 실천과 포살의식 ‘우포사타-깜마’(upasatha-kamma)의 일상화를 통해 청정범행을 완성하고, 바른 삼매·깊은 통찰로써 사성제를 증득하여 마침내 구경의 해탈·열반에 이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불멸 2565(2021). 4.25
천림산 기슭에서 합장
(사)한국테라와다불교 [빤냐완따] 이사장 스님의 목요법문
6. 포살의 기원과 그 중요성
불교의 일상적인 의례 가운데 하나가 ‘포살의식’입니다. 빨리어로 ‘우포사타-깜마’(upasatha-kamma)라고 합니다. ‘우포사타-깜마’는 부처님께서 제정해 놓으신 출가자와 재가자가 필수적으로 행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불교의례입니다. 2종류의 ‘포살의식’이 있습니다. 즉, 출가수행자들이 행하는 ‘출가자포살’ 과 재가불자들을 위한 ‘재가자포살’입니다. 테라와다불교권에서는 부처님 재세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빨리어 율장과 빨리어 경전에 의거한 이 두 종류의 포살의식이 여법하게 행해지고 있는 반면 한국불교전통에서는 ‘출가자포살’은 그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지만 ‘재가자포살’은 거의 행해지고 있지 않는 실정입니다.
‘출가자포살’ 특히 ‘비구포살’은 최소 4명 이상의 비구가 율장에 적시된 절차에 따라 한 달에 두 번 보름 간격으로 시마홀(戒壇)에 모여 지은 허물을 참회하고 ‘비구 227계’ 항목을 송출하는 의식입니다. ‘재가자포살’은 재가자들이 출가자들처럼 청정한 계행을 유지하면서 수행만을 전문적으로 해나갈 수 없기 때문에 포살일 만이라도 삼귀의와 함께 기본 5계가 포함된 8계를 하루 낮 혹은 하루 밤낮 동안 지키면서 출가자정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행해지는 수계의식을 말합니다.
스리랑카·미얀마·태국 등 테라와다불교 국가에서는 이날 재가자들은 불교전통복장인 흰색 옷을 입고 아침 일찍 가까운 사원을 찾아가 불당, 불탑, 보리수에 예배공양 올린 뒤 스님으로부터 8계(5계만 받을 수도 있음)를 받고 오후불식하며 하루종일 명상수행에 전념하기도 하고 혹은 법문을 듣고 예경을 하거나 봉사를 하며 지냅니다. 스리랑카의 경우는 음력 보름 포살일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어, 이날은 온 가족이 사원에 가서 계를 받고 명상수행을 하거나 법문을 듣거나 경전공부를 합니다. 특히 어린이들은 학교처럼 그룹 단위로 선생님이 배정되어 있어 선생님으로부터 자타까(부처님 전생담)를 비롯한 부처님의 생애나 기초 불교교리, 그리고 불교예절 등을 배우며 유익하고 즐겁게 하루를 보냅니다.
<숫따니빠따> ‘설산에 사는 자’편을 보면, 설산에 사는 두 야차가 포살일날 서로 문답을 나누면서 고따마 부처님을 찾아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칠악 야차가 설산 야차에게 제안하기를,
“오늘은 보름 포살날이다.
눈부신 밤이 가까워졌다.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스승
고따마 부처님을 만나 뵈러 가자!”
이어 설산 야차가 물었습니다.
“그의 마음은 모든 살아있는 것에 대해서
편히 안정이 되어 있을까? 그리고
좋아하는 것이나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그의 생각은 스스로 자제할 수 있을까?”
다시 칠악 야차가 대답했습니다.
“그 분의 마음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해서
안정되어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이나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그분의 생각은 스스로를 잘 자제할 수 있다.”
··········
설산 야차가 고따마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번뇌의 거센 흐름을 건널 수 있겠습니까?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고통의 큰 바다를 건널 수 있겠습니까?
의지할 것도, 붙잡을 것도 없는 깊은 바다에서
어떤 사람이 가라앉지 않습니까?”
“항상 청정한 계율을 몸에 지니면서
지혜가 있고 마음을 한 곳에 모아
안으로 살피는 굳은 결심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만이 건너기 어려운 저 번뇌의
거센 흐름을 능히 건널 수 있느니라.
그런 사람만이 관능의 욕망을 떠나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감각적 쾌락에 매달리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만이 능히 고통의 깊은 바다에
가라앉지 않을 수 있느니라.”
‘재가자포살’을 ‘재계(齋戒)’ 혹은 ‘팔관재계(八關齋戒)’라고 합니다. ‘재계(齋戒)’란 오후불식 등 8계를 받아지님으로서 자발적으로 부정한 행위를 삼가하고 스스로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한다는 뜻입니다. 한자어 ‘재(齋)’는 공경하다·공손하다·엄숙하다·삼가하다·부정한 것을 피한다는 뜻입니다. ‘재(齋)’는 주로 한국불교전통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로서 49재, 천도재의 ‘재’자가 바로 이 ‘재(齋)’자입니다. 일반적으로 ‘제사를 모신다’고 할 때는 ‘제사 제(祭)’를 쓰지만 불가에서 ‘재를 모신다’ ‘재를 올린다’ 라고 할 때는 ‘재(齋)’자를 씁니다. 그래서 ‘재(齋)를 올린다’의 본래 뜻은 ‘계(戒)를 지킨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한국불교전통에서는 10분의 불보살 명호를 이름붙인 ‘10재일(十齋日)을 정해놓고 각각의 재일마다 법당에 모여 기도를 하거나 불공을 드리는데, ‘10재일’의 ‘재일(齋日)’이 원래는 ‘포살일’이란 뜻입니다. 즉 ‘재일(齋日)’일란 삼보의 공덕을 기리면서 부정한 것, 악한 것을 멀리 함으로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날을 의미합니다.
‘재계(齋戒)’를 빨리어로 ‘우포사타(uposatha)’라고 합니다. 한자로 음역하여 ‘포살타(布薩陀)’라 하고, 이를 줄여서 ‘포살(布薩)’이라고 하지요. ‘팔관재계(八關齋戒)’라는 말은 빨리어 ‘aṭṭhaṅgika(8가지) uposatha(포살)'의 한자어 번역입니다. 빨리어 사전에 ‘uposatha(우포사타)’는 <계를 설함> 혹은 <계를 설하는 날>이란 의미로서 ‘재일(齋日)’을 뜻합니다. 복합어 'uposatha+aṅga'는 <포살의 (8)요소>, 형용사 ‘uposathika' 'uposathin'은 <포살의 계를 설하는> <단식하는> <재일(齋日)의>라는 뜻입니다.
『앙굿따라 니까야』 <포살 품>(upasatha-vagga)에 보면, 세존께서 사왓티성의 제따와나 수도원에 머무실 때 비구들에게 8가지 구성 요소를 가진 포살(八關齋戒)을 준수하면 큰 결실이 있고, 큰 이익이 있고, 큰 빛이 있고, 크게 과보가 생긴다 하시면서, 8가지 구성 요소를 가진 포살(八關齋戒)이란 과연 무엇이며, 또 어떻게 준수하야 하는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하셨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을 해치지 말고
주지 않는 물건을 갖지 않으며
거짓된 말을 삼가하고
일체의 음주를 삼가하고
삿된 음행을 삼가하고
밤과 때 아닌 때에 먹지 말고
꽃다발을 목에 걸거나 향수를 뿌리지 말고
낮은 침상이나 땅이나 풀로 엮은 자리에서 자야 하리.
깨달은 자는 이것을 설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8가지 구성요소를 가진
괴로움을 종식시키는 포살이이니라.
달과 태양, 둘 다 아름답게 보이나니
이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이면서
그들이 미치는 곳마다 빛을 주기 때문이니라.
그들은 어둠을 흩어버리고 허공에 떠오르며
구름을 비추고 모든 방향을 밝게 비추리라.
이 우주에 보배가 있으니
진주, 수정, 녹주석, 행운을 가져오는 청금석
금괴, 번쩍이는 금, 순금, 하따까 금이 그것이니라.
그러나 이들은 8가지 구성요소를 가진 포살의
16분의 1의 가치에도 못 미치나니
마치 모든 별들이 달의 광휘로움의
16분의 1도 얻지 못하는 것과 같느니라.
그러므로 계를 지닌 여자와 남자는
8가지 구성요소를 가진 포살을 준수하여
비난받지 않으며, 행복을 가져올 덕을 쌓아서
마침내 선처(善處)에 태어나리라.”
8재계는 성자들이 일상으로 행하는 8가지 도덕규범이며, 사마네라(사미승)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미10계 가운데 8가지입니다. 또한 8재계는 사마네라가 반드시 지켜야 할 계율이면서 성자가 되면 저절로 지키게 되는 필수 덕목입니다. 팔관재계(재가자포살)를 행하면 그 공덕으로 목숨이 다한 뒤 4악처에 떨어지는 일 없이 욕계(欲界) 육천(六天)에 태어나서 8가지 재난을 겪지 않고 오역죄를 비롯한 모든 죄의 장애를 소멸할 수 있다 하였습니다. 팔관재계를 지키면 재가자들의 선근이 증장됩니다. 8계를 받고 하룻밤동안 집을 떠나 승단이나 아라한 가까이 머물면서 생활하다보면 점차 성자의 삶을 닮게 되고 생사해탈을 위해 더욱 분발하게 됩니다.
《포살의 기원》
여덟 부분으로 구성된 된 재계(齋戒), 즉 ‘재가자를 위한 팔관재계’와 관련하여 법정스님의 <숫따니빠따> 주석을 살펴보면, ‘팔관재계’란 “원래는 인도의 소치기(목동)들 사이에서 소를 사육하기 위한 준비기간을 말하는데, 이후에 이 관습이 불교에 들어와서는 몸을 근신하고 자신을 반성하는 참회행사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한편 『앙굿따라 니까야』 <팔관재계 경>(upasathaṅga-sutta)에 소치기(목동)과 관련된 포살에 대한 기록이 나옵니다. 한때 세존께서 사왓티성의 동쪽원림에 있는 미가다마따의 강당에 머물고 계셨는데 미가다마따 강당을 보시했던 위사카가 세존께 다가가 절을 올린 뒤 한 곁에 앉았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위사카여, 이 오후 시간에 어디서 오는 길인가?”
“세존이시여, 오늘은 포살일입니다.
저는 포살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위사카여, 포살에는 3가지가 있다. 무엇이 셋인가?
목동의 포살, 니간타의 포살, 성자의 포살이다.”
“위사카여, 그러면 어떤 것이 목동의 포살인가?
위사카여, 예를 들면 목동이 저녁때에 소들을
주인에게 돌려주고는 다음과 같이 숙고하는 것과 같다.
‘오늘 소들은 이러이러한 곳에서 방목되어서
이러이러한 곳에서 물을 마셨다. 내일 그들은
이러이러한 곳에서 방목될 것이고
이러이러한 곳에서 물을 마실 것이다.’라고
위사카여, 이와 같이 포살을 준수하는
어떤 사람은 다음과 같이 숙고한다.
‘나는 오늘 이런 단단한 음식을 먹었고
이런 부드러운 음식을 먹었다. 내일 나는
이러이러한 단단한 음식을 먹을 것이고
이러이러한 부드러운 음식을 먹을 것이다.’라고
그 사람은 탐욕에 빠진 채로 날을 보낼 것이다.
위사카여, 이런 것이 목동의 포살이다.
이런 포살은 결실이 없고 큰 이익이 없고
크게 과보가 생기지 않는다.”
“위사카여, 그러면 어떤 것이 니간타의 포살인가?
··········
“위사카여, 그러면 어떤 것이 성자의 포살인가?
위사카여, 오염된 마음을 바른 마음으로
청청하게 하는 것이다.
위사카여, 그러면 어떻게 오염된 마음을
바른 마음으로 청청히 하는가?
위사카여, 여기 성스러운 제자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계(戒)를 계속해서 생각한다. 나의 계는
훼손되지 않고, 삐뚤어지지 않고, 오점이 없고
얼룩지지 않고, 벗어났고, 지자들이 찬탄하고
비난받지 않고 삼매로 인도한다.’라고
그가 이와 같이 자신의 계를 계속해서 생각할 때
마음이 고요해지고 기쁨이 솟아나고
마음의 오염이 제거된다.
위사카여, 이것은 마치 뿌연 거울을
바른 방법으로 깨끗이 하는 것과 같다.
위사카여,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뿌연 거울을
바른 방법으로 깨끗이 하는가?
위사카여, 기름과 재와 말털로 만든 솔과
사람의 적절한 노력에 의해서 깨끗이 씻는다.
위사카여, 어떻게 오염된 마음을 바른 방법으로
청정히 하는가? 여기 성스러운 제자는 다음과 같은
자신의 계를 계속해서 생각한다. 나의 계는
훼손되지 않고, 삐뚤어지지 않고, 오점이 없고
얼룩지지 않고, 벗어났고, 지자들이 찬탄하고
비난받지 않고 삼매로 인도한다.’라고
그가 이와 같이 자신의 계를 계속해서 생각할 때
마음이 고요해지고 기쁨이 솟아나고
마음의 오염이 제거된다.
위사카여, 이러한 성스러운 제자는
계의 포살을 준수하는 자라 한다. 계와 함께 살고 계를 계속해서 생각할 때 마음이 고요해지고
기쁨이 솟아나고, 마음의 오염이 제거된다.
위사카여, 이와 같이 오염된 마음을
바른 방법으로 청정히 한다.
『율장』<대품(Mahāvagga)>‘포살의식’편에서 <비구포살>의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 때 세존께서 라자가하의 깃자쿠타산에서 머무실 때, 최초의 불교사원 <웰루와나(죽림정사)>를 지어서 부처님 교단에 시주했던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지금 외도의 사문들은 반 달 중 8일, 14일, 15일에 함께 모며 법을 설하였다. 사람들은 법을 듣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러는 중에 사람들은 외도의 행각사문들에게 호감을 느껴 그들을 따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외도의 행각 사문들은 신도를 얻었다. 세존의 제자들도 반 달 중 8일, 14일, 15일에 모이면 좋을텐데...”
그리고는 세존이 계신 곳으로 가서 자신의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불러 모아 이렇게 설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반 달 중 8일, 14일, 15일에 모두들 모여야 하느니라”
이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대로 정해진 날짜에 모두 모였고, 사람들은 법을 듣기 위해 찾아 왔으나 아무도 법을 설하는 비구가 없자 불평을 하였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세존께서는,
“비구들이여, 반 달 중 8일, 14일, 15일에 모였으면 마땅히 법을 설해야 하느니라.”
이렇게 하여 출가자와 재가자가 정규적인 날짜에 함께 모여 출가자는 법을 설하고, 재가자는 법문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정기법회>의 효시입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직 ‘포살’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셨습니다.
“여래는 이미 비구들을 위해 여러 가지 규율(계율)을 제정하였다. 이것으로 비구들이 <빠띠목카(pātimokkha)>(비구 227계 항목)을 암송하도록 규정해야겠다. 그러면 그것이 비구들의 <우포사타-깜마(upasatha-kamma> 즉 <포살 의식>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하여 부처님 재세시의 비구포살이 마침내 시작되었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반 달 중 8일, 14일, 15일은 인도력 기준으로서 한국 음력으로 치면 매월 8일, 14일(15일), 23일, 29일(30일) 6일이 되고, 연이은 날을 한 날로 묶으면 매월 1주 간격으로 4번의 포살법회를 갖게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비구포살은 한 달에 두 번, ‘초하루 보름’ 혹은 ‘보름 그믐’ 즉 보름마다 행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비구포살의 기원과 규정은 빨리어 율장(律藏)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앞쪽에서 살펴본 『앙굿따라 니까야』 <팔관재계 경>(upasathaṅga-sutta)의 소치기(목동)과 관련된 포살의 기록만 가지고는 사실 재가자포살의 기원을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숫따니빠따>‘제자 담미까의 물음’편에 최초의 것으로 보이는 재가자포살에 대한 일화가 나옵니다. <비구포살>의 시행은 불교교단이 한창 확산되어 나가기 시작하던 마가다국 빔비사라 왕대의 라자가하(왕사성) 웰루와나(죽림정사)시기였던 반면 <숫따니빠따> ‘제자 담미까의 물음’편의 재가자포살에 대한 기록은 동시대이긴 하지만 웰루와나(죽림정사) 시기보다 다소 늦은 코살라국의 사왓띠성 제따와나(기원정사) 시기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때 고따마 붓다께서 사왓띠성의 제따숲 아나타삔디까 장자의 동산(제따와나)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그때 담미까라는 수행자가 5백명의 수행자들과 함께 거룩하신 스승 고따마 붓다께 와서 예를 갖추어 절한 뒤 여쭈었습니다. “지혜를 구족하신 고따마 붓다시여, 가르침을 받으려는 사람은 출가하는 것과 집에서 믿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좋겠습니까?.....여기 출가수행자들과 재가수행자들은 눈 뜬 분의 말씀을 들으려고, 티 없는 분이 깨닫고 가르치는 진리를 듣기 위해서 이렇게 모였습니다.” 이에 고따마 붓다께서는 다음과 같이 설하셨습니다.
“수행자들이여, 내 말을 들어라. 그대들에게 번뇌를 없애는 이치에 대해서 말하겠노라. 그대들은 모두 이것을 잘 지켜라. 뜻을 보는 지혜로운 이는 (비록 재가의 삶을 살지라도) 출가한 사람에게서 그 행동을 배우고 따르라.
눈 뜬 사람(출가자)은 제대가 아닌 떼에는 나다니지 않느니라. 때가 아닌데 다니는 것은 집착에 얽매인 것이니라. 빛깔, 소리, 냄새, 맛, 감촉은 사람을 도취시킨다. 이 5가지 욕망을 삼가하고 정해진 시각에 탁발하러 마을에 들어가느니라....출가자는 심지어 발우를 씻고 침구나 가사를 세탁할 물마저도 집착하여 더럽히는 일이 없느니라. 마치 연꽃잎에 구르는 물방울처럼.
다음은 재가자가 해야 할 일(포살계, 팔관재계)에 대해서 말하리라. 이와 같은 사람은 좋은 가르침을 듣고 배워서 따르라. 순수한 출가 수행자에 대한 규율을 소유의 번거로움이 있는 사람이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니라. (재가자로서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이)
살아 있는 것을 직접 죽여서는 안 되느니라. 또 남을 시켜 죽여서도 안 되느니라. 그리고 죽이는 것을 보고 묵인해서도 안 되느니라. 난폭한 짓을 두려워하는 모든 생물에 대해서 폭력을 거두어야 하느니라.
그리고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은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지 또 어디에 잇든지 그것을 가져서는 안 되느니라. 남을 시켜서 가지거나 남이가지는 것을 묵인하지도 말라.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 가져서는 안 되느니라.
슬기로운 사람은 음행을 회피해야 하느니라. 타오르는 불구덩이를 피하듯, 만일 불음행을 닦을 수 없더라도 남의 가정까지 파괴해서는 안 되느니라.
둘이 있든 함께 여럿이 있든, 누구도 남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느니라. 남에게 거짓말을 시켜서도 안 되고 거짓말을 묵인하지도 말라. 일체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느니라.
도 음주를 해서는 안 되느니라. 이 가르침을 기뻐하는 재가수행자는 남에게 음주를 권해서도 안 되고 음주를 묵인해서도 안 되느니라. 음주는 마침내 사람을 취하게 하고 미치게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그리고 (여섯 번째)(일곱 번째)(여덟 번째)
오후에는 결코 음식물을 섭취해서는 안 되느니라 ...
화려하게 화장하거나 향수를 써서는 안 되느니라 ...
높고 큰 화려한 침상을 사용해서는 안 되느니라 ...
이것이 8요소로 이루어진 재계(齋戒)이니
이는 번뇌를 모두 없앤 여래가 가르친 바이니라.
그리고 각각 (2번)의 보름동안 8일, 14일, 15일(23일, 29일 30일)에 우포사타를 행하여라. 또 특별한 달(1월, 5월, 9월)에는 여덟 부분으로 된 팔관재계를 맑은 마음으로 행하여라.
포살을 행한 지혜로운 사람은 고요하게 가라앉은 마음으로 기뻐하며, 이튼 날 아침 일찍 수행자에게 음식을 베풀어 주어라.
법답게 얻은 재물을 가지고 부모를 섬겨라. 떳떳한 직업을 가져라(떳떳한 장사를 하라) 이와 같이 열심히 살고 있는 재가자는 죽은 후 ‘저절로 빛이 난다’는 신들 곁에 태어나리라.
<삼귀의>와 <5계>가 부처님의 제자로 살아가길 염원하는 일반 재가자들을 위해 제정된 것이었다면, <8계>는 5계보다 좀 더 금욕적인 계율 조항을 첨가함으로서 일평생 혹은 일정 기간만이라도 재가자들로 하여금 출가자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정된 것입니다. 대부분 정해진 날짜(팔관재일)에 절에서 8계를 받고 하루나 이틀 동안만 독신과 같은 절제된 생활을 하지만, 일평생 8계를 지키며 출가자와 같은 독신의 삶을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재가불자를 일컬어 ‘집 없는 자’라는 의미로서 ‘아나가리까(Anagarika)’라고 하지요.
부처님께서 ‘재가자포살’을 제정하신 목적은 크게 2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출가자와 재가자와의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신심을 북돋우고 담마에 대한 가르침을 가능한 많이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요, 둘째는 온갖 번민과 오욕락에 이끌리기 쉬운 재가자의 삶에 안주하지 말고, 재가의 삶속에서 독신과 같은 금욕적인 계의 실천을 통해 악행을 저지르지 않고 감각적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하루 빨리 열반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현대를 황금만능 시대라고 합니다. 인류는 어느 샌가 정신의 가치 위에 물질만능의 깃발을 꽂았습니다. 오감을 자극하는 감각적 대상이 사방에 넘쳐납니다. 그로인해 출가자든 재가자든 지계를 실천할 수 있는 조건이 예전보다는 훨씬 안 좋아 졌습니다. 불자수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낮은 탓도 있지만, 현대인류가 탈종교화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존재의 근원적 행위규범인 도덕 윤리에 변형이 오고 균열이 생긴 지 오래입니다. 불교의 <계율정신>이 개개인의 행복과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보편적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신이 점차 현대 문명의 깃발 아래 동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포살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첨단문명을 향유하면서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불자들에게 빨리어 율장과 빨리어 경전에 근거한 <재가자포살>과 <출가자포살>의 적극적인 실천이야말로 인간의 부정적인 본성인 감각적 욕망과 분노와 어리석음(삿된 견해)을 제거할 수 있고, 어떠한 경우라도 불행한 곳, 처참한 곳, 파멸하는 곳으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마침내 고통의 완전한 종식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5계, 8계의 적극적인 실천과 포살의식 ‘우포사타-깜마’(upasatha-kamma)의 일상화를 통해 청정범행을 완성하고, 바른 삼매·깊은 통찰로써 사성제를 증득하여 마침내 구경의 해탈·열반에 이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천림산 기슭에서 합장